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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편지]

사랑하는 한문교육과 학생 여러분에게

 

한문교육과 학생 여러분, 잘 지내고 있는지요? 익숙하지 않은 봄날에 이렇게 글로나마 안부를 전합니다. 교정에는 찬바람 끝에 피어난 봄꽃이 시들어 가고, 짙어진 푸르름은 곳곳에 그늘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일 년 중 자연의 생기를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지만, 여러분의 웃음소리와 발걸음이 없는 교정은 하나의 정지 화면처럼 느껴집니다. 어서 이 곤란한 시기가 지나 다시 역동적인 캠퍼스를 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글을 쓰려니, 먼저 신입생 여러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군요. 입학을 앞두고 대학생활이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년 같으면 대학의 자유로운 공기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친구들과 봄밤의 낭만도 만끽하고 있을 때인데 말입니다. 답답하고 지루하겠지만, 머지않아 이 시절을 화제 삼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어색한 공부의 방식이지만 온라인 학습에 충실히 임하며 함께 때를 기다립시다. 그리고 학과 교수님들과 선배들이 궁금해 하는 새내기가 바로 여러분임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재학생 여러분! 요즘 우리가 함께 했던 봄 학기의 일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학기 초의 어색한 분위기가 가실 무렵, 책을 덮고 뒤편의 수목원을 향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이 오른 연못가의 버드나무의 아래, 왕관같은 터널을 만든 벚꽃의 길, 그리고 다소 늦게 봄기운을 머금는 메타세쿼이아 길 벤치에서 담소를 나누고 삼삼오오 사진을 찍던 장면도 선명합니다. 지금쯤이면 과제를 하고 수업을 준비하느라 오가는 학생들로 부산할 때인데, 적막한 복도와 강의실을 보노라면 쓸쓸함마저 느끼게 됩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은 고전을 읽은 젊은이답게, 단련된 마음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학업에 전념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간이지만, 훗날 고난을 이겨낼 저력의 원천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요즈음은 4학년 학생들의 실습 기간이기도 하군요. 예년과 다른 어려운 환경입니다만 진정성있는 배움의 자세로 멋진 교사상을 정립하고 돌아왔으면 합니다.

 

한문교육과 학생 여러분!!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의 습격이 우리의 일상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흐트러진 일상은 새롭게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일전에 읽은 글의 내용이 생각납니다. <코스모스>라는 책으로 유명한 칼 세이건이 한 말인데, “천문학은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라는 것입니다. 우주와 행성을 관찰하는 천문학자는, 항상 우주 안, 그리고 행성 간의 ‘거리’를 의식하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습관적으로 자기 삶도 떼어놓고 바라보는 객관의 자세를 갖출 것이기 때문에 한 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반복되던 일상에서 떨어져 나온 지금, 객관의 거리를 가지고 일상 속의 나를 다시 점검할 기회가 아닌가 합니다. 어려운 시기는 생각 못한 사색의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만, 뉴턴의 만유인력은 흑사병이 유행하던 시기 고향에 내려가 홀로 지낼 때에 착안한 것이라고 합니다.

 

여러 예를 들었지만 여러분에게 대단한 집중이나 사색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경험해 보지 못한 이 시간이 젊음을 발전적으로 재설계하는 데에 의미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홀로 생활하다 보면 느슨하고 편안한 생활로 흐를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을 객관화시키면서,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지점이 어디이며, 눈이 향할 목표가 어디인가?’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선생의 언어라는 것이 훈계와 당부의 어투를 벗어나기 힘든가 봅니다. 평소 우리가 나누던 이해와 공감의 바탕 위에서 받아들여 주었으면 합니다. 머지않아 평온한 시간이 다시 오고 우리는 예전처럼 고전을 펼치고 그 의미를 탐구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날을 그리며 200여 년 전 조선의 문인 이덕무(李德懋)가 남긴 문장으로 지금의 마음을 대신합니다. 사랑하는 한문교육과 학생 여러분!!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마음에 맞는 시절을 만나, 마음에 맞는 벗과 사귀며, 마음에 맞는 말을 하고, 마음에 맞는 시문을 읽으면 이것이야말로 지극한 즐거움이다. 그런데 어찌 그리도 그 기회는 드물던가! ”(値會心時, 逢會心友生, 作會心言語, 讀會心詩文, 此至樂, 而何其至稀也? / 李德懋, ≪靑莊館全書≫권63, 「蟬橘堂濃笑」에서)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한문교육과 학과장 김창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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